마전 한님군과 서점에 가보고 이 책이 정발된 것을 알았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2권까지 나왔더군요. 기억하실진 모르지만 예전에 제가 1권을 번역했었던 와타나베 요시토모씨의 작품입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히트할만한 작품은 아닌지라 한정판 발매까진 계획에 없는 모양이지만, 일본에선 한정판으로 그림엽서와 드라마시디를 넣어서 팔았었죠.

정발판의 겉모양만 보면 놀라울 정도로 일판이랑 다른게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표지의 무광택 종이재질까지 재현해 놨더군요. 보통 만화책 표지는 비닐코팅을 해서 광택이 나는게 일반적이지만, 이 작품은 광택이 없고 부드러운 재질의 종이를 표지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정발판도 똑같은 종이재질로 표지를 만들어서, 일판과 같은 느낌의 책을 만들어 냈더군요.

1화의 서브타이틀이 キミが降る帰り路 입니다. 정발판에선 그걸 ‘그대가 흩날리는 돌아오는 길’ 이라고 번역했던데, 아무래도 어감이 조금 이상하죠. (저는 ‘그대가 내려온 귀가길’이라고 번역 했었습니다.) 아무튼 약간 이상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일부분만 그랬을 뿐, 전체적으로 번역은 자연스럽고 괜찮았습니다. 직역 중심이 아닌것도 마음에 들었구요.

지만 이렇게 원판에 대한 충성도는 좋다고 친다 해도, 작품이 재미있는지 (개인의 취향에 맞는지) 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론 이 작품을 좋아하지만, 남에게 추천해주진 않거든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작품은 별로 어필하지 못할, 싱거운 작품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작품에선 극적인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여기서 ‘극적’이란 말은 누가 죽고 누가 살고 하는 이야기 전개가 아니라, 속이고 배신을 때리고 감추어진 비밀이 밝혀지고 하는 종류를 말합니다. ) 예를들어 초반에 후타바가 환타지세계에 끌려갔을 때, ‘베르베르’라는 토끼형 축생을 만나는데, 저는 처음에 그 축생이 악역인줄 알았습니다. 처음엔 친한척 하다가 나중에 배신할 줄 알았죠. 최소한 이렇게 적극적으로 협조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빌리드를 동료로 맞이할 때도 그랬구요. 전 빌리드 역시 웃는 얼굴로 접근하여 동료가 된 후, 나중에 후타바의 뒷통수를 때릴 줄 알았습니다. 이야기의 반전을 꾀하려면 그게 기본적인 전개가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만, 그런건 전혀 없더군요. 착한 애는 처음부터 끝까지 착한 애고, 나쁜 애는 처음부터 나쁜 애라 이겁니다. 뻔한 반전 조차 넣지 않아서, 반전이 없다는게 오히려 반전이었습니다.

이 만화는 그런 솔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필할 만한 작품으로, 이른바 ‘분위기를 파는 작품’입니다. ‘분위기를 파는 작품’이란 예를들어 모리 카오루씨의 ‘셜리’ 같은 작품을 말하죠. 작품 ‘셜리’는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 때문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메이드가 활동하는 분위기와 세계관’을 만들어 놓은 것에서 일단 독자들의 마음을 산 것이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움직여 줬기 때문에, 기승전결 같은 굴곡도 없이 밋밋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해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야기를 바꾸어서, 작품의 그림체에 대해서 써봅니다. ‘그 저편의 저편’에서는 작가의 그림 스타일이 완성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는 ‘은의 용사’를 그릴 때는 머리카락 묘사를 세밀하게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그림 스타일을 보여줬으나, ‘펀펀공방’을 그릴 때는 갑자기 ‘단순미’를 추구하기 시작했었죠. 덕분에 펀펀공방에서는 배경을 그냥 흰 여백으로 두는 경우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림체는 상당히 귀여워졌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그 건너편의 저편’에 이르러서는 세밀함과 단순함이 조화를 이루기 시작하더군요. 배경을 흰 여백으로 두는 일이 적어졌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세밀하게 다 그리는 것도 아닌, 어디서 세밀하게 그려야 하고 어디서 단순하게 그려야 할지 작가가 터득한것 같다고 할까요.

왼쪽이 작가의 초기 작품인 ‘은의용사’입니다. 머라카락의 명암을 보면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만, 단순히 펜만 많이 썼을 뿐이지 명암은 엉터리로 들어갔죠. 가운데는 작가의 두번째 작품인 ‘펀펀 공방’으로, 이때부터 작가는 세밀한 묘사를 포기하고 그림을 단순화 시키기 시작합니다. 머리카락만 봐도 명암이 딱 2단계로만 들어갔군요. 대신에 그림체는 굉장히 귀여워졌습니다. 끝으로 오른쪽이 ‘그 건너편의 저편’인데, 단순함을 기본으로 삼으면서도 펀펀공방 보다는 세밀한 명암을 넣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저나 3권이 나온지 꽤 지났는데도 4권의 소식이 없어서, 언제쯤이나 나오려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4권이 나왔네요. 10월 10일, 바로 어제 날짜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아직 응24나 교보에는 물량이 없지만, 뭐 곧 풀리겠죠. 마이너다보니 들여다 놓을지도 의심스럽긴 하지만요.